2008-10-26 사상 롯데시네마 6관
요즘들어 부쩍 여유시간에 그냥 집에 있는 것이 답답하고 왠지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이상한 일이지.. 나는 원래 집구석 귀신이 붙은, 남자친구도 신기해 하는 아무것도 안하기 마니아인데..)
어제도 갑자기 그런 시간이 생겨서 친구에게 전화를 해서 시간을 보내다 영화나 볼까해서 관람..

뭘 볼까, 뭘 볼까 하다가
(옥*님의 자비로;;; 그간 영화를 몇 편 본데다 평범하고 편견 가득한 여성 캐릭터인 우리 둘에게
맞는 영화는 몇 개 없어서 '아내가 결혼했다'와 '그 남자의 책 198쪽' 둘 중에 고민했다는 것이 바른 말)
솔직하게 말해서 그냥 시간떼우기 용으로 볼 작정이었으므로 전혀 내 취향이 아닌 영화만 아니라면
아무거나 별로 상관없다는 생각으로 친구의 결정을 기다려 선택된 영화가 '아내가 결혼했다'이다.

그런데 사실 친구가 '그 남자의 책 198쪽'을 고르지 않고 '아내가 결혼했다'로 결정했을 때,
속으로 살짝 안도하고 있었다.
손예진은 나에게 호,불호라는 기준자체가 없는 배우였지만 김주혁은 꾸준히 나에게 호감을 줘 왔던 배우라..
그리고 경쟁작(?ㅎㅎ)인 '그 남자의 책 198쪽'의 주연 배우, 유진과 이동욱은
내가 그다지 별로 좋아라 하지 않는 배우들이라..(유진씨와 이동욱씨 팬 여러분, 죄송(__)) 그랬다.

김주혁도 나온대고, 결혼한 유부녀가 다시 동시에;; 결혼을 하고 싶은 사람이 생기는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갈까
싶어 살짝 기대하고 관람시작!

노덕훈(김주혁 분)이 주인아(손예진 분)를 어떻게 알게 되고, 다시 만나고 또 연애를 시작하는지,
그리고 자유분방한 주인아를 설득해 결혼을 하고 어떤 신혼을 보내는지를 보여주는 초반부는 유쾌하다.
늘 그렇듯 김주혁은 몸개그를 살짝 섞어 특유의 언변으로 유쾌한 웃음을 주고,
손예진은 누구라도 반하고 말것 같은 사랑스러운 반달 눈웃음으로 관객을 설레게 한다.

하지만 주인아가 새로운 사람이 생겼음을 노덕훈에게 밝히고 현재의 결혼생활과 동시에
새로운 남자 한재경(주상욱 분)과도 결혼을 하고 싶다고 선언하는 이후부터 나는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사실 나는 내 스스로도 느끼기에 좀 구식같은 구석이 많다.
그래서 아마 더 불편함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이건 다자연애에 대한 가치관의 차이때문에 생기는 감정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아주아주 평범한 사람이고 그래서 다자연애에 대해서 결론적으로 말해 동의할 수 없는 입장이다.
결혼 전 다자연애는 물론이고 결혼 후 다자연애;;는 더 이해가 안되고,
영화 속 노덕훈처럼 내가 사랑하는, 또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이 나만 사랑해주기를 원하고
나 또한 그렇게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영화는 나같은 평범한 사람들에게 이런 삶을 살고, 이런 생각을 가지고 사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 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이해는 힘들지만 그냥 있구나 하고 보면 속이 좀 편했을 것 같긴하다.

어느 포털에서 본 기사의 제목에는 이렇게 다자연애를 주장하고 일처다부의 삶을 실천에 옮기는
손예진을 '잔다르크'라고 표현해 놓았던데, 나는 절대 동의 할 수 없다.
영화에서 주인아는 그냥 자유라는 좋은 허울아래 자신의 행복만 추구하는 이기적인 여자다.
자신이 그렇게나 사랑해 마지 않는다는 배우자가 미칠듯이 괴로워하는 모습을 버젓이 보고도
여전히 모르는 척, 자신이 원하는 일을 기뻐하고 즐거워하면서 실행에 옮긴다.
웃긴 얘기지만 영화속에서 주인아도 외친다. 둘 중, 한 명이라도 행복하지 않는 관계는 안된다는 의미의 말을..
주변의 사람이야 어떤 심정이든, 자신의 행복을 위해 막무가내로 행동하는 사람이 무슨 잔다르크인지..;;
'사회통념상 하기 힘든 일을 혁신적으로 실천에 옮겼으니 그걸로 충분해'라는 마음으로
기사 제목에 적당한 말을 찾으려다 보니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영화를 보고 난 후, 쭉 답답하고 불편한 기분을 떨칠 수가 없어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싶어 포털에서 감상후기를 좀 찾아봤다.
나보다 똑똑한 분들이 많아서 그런지 좀더 다른 시각이랄까 그런걸 읽을 수 있었는데..
이를테면, 성별만 바꾸면 예전에 영화나 드라마에 많이 등장했던
난봉꾼 아버지가 첫째부인, 둘째부인..들을 데리고 사는 가정의 모습과 똑같이 닮아 있다는 설명.
또, 여성의 지위가 높아져서 여성도 자신의 욕구를 표현하고 싶어하고 또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설명.
(이건 사실 난 동의할 수 없다. 이 문제는 여자, 남자를 따질 문제가 아닌 사람간의 관계문제라고 생각한다.
'남자도 예전부터 했으니, 이제 여자도 하겠다' 이런 문제가 아니란 말이다.)

다자연애나 일부다처 혹은 일처다부에 대한 가치관의 차이를 보여주는 영화라고 한다면
영화에서의 주인아의 생각에 누군가가 옳고 그르다고 가치를 판단할 필요는 없다.
타인의 가치기준을 잣대로 주인아가 재단되고 손가락질 받을 이유도 없고.

하지만 영화에서 주인아가 자신의 생각을 실현시켜나가는 과정의 모습은 타당성이 없다.
실제 현실에서 다자연애가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기때문에 영화가 될 수 있는 이야기에서
주인아는 그런 현실을 바꿔보려고 다르게 특별히 노력하는 것이 없다.
방송매체와 인터뷰를 한다거나, 신문이나 잡지에 기고를 한다거나, 자신의 생각을 담은 책을 낸다거나,
이런 것은 쉬운일이 아니니까 빼고라도, 개인 블로그에 글 한번 출판하지 않는다.
(인터넷이나 하고 블로그를 하는 것은 너무 소소한 일이라 영화의 장면으로는 적절치 않은가..? ^^;)
그냥 단지 노덕훈에게 자신이 바라는대로 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떼만 쓴다.
조금 장황하더라도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의 모습을 들거나 해서
그저 평범한 사람인 노덕훈에게 다자연애나 자신의 생각을 설명하려 하지도 않는다.
다만 자신을 이해해주지 못하는 노덕훈을 답답해 여기고, 서운해 여길 뿐이다.
게다가 주인아는 자신은 다자연애, 결혼 후 자유연애를 하겠다고 못을 박고 실천에 옮기면서
남편이 다른 여자를 만나는 것에 대해서는 당연하게 여기지 않는 모순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그야말로 이기주의이고 '남이 하면 불륜이고, 자기가 하면 로맨스'라고 할까..

자신의 아내의 생각과 삶을 알게된 후의 노덕훈의 대처나 반응도 수긍할만한 수준은 못된다.
답답해하고 화를 내고, 아내의 또 다른 보금자리를 찾아가 한재경과 몸싸움을 벌이고,
아내의 목을 조르기도 하고, 아내에게 '차라리 죽으라'고 외치기도 하지만
삶이 공중분해 될 정도의 충격적인 일을 겪은 사람치고는 너무 담담하다.
아내 주인아가 새로운 남자, 한재경보다 자신을 조금 더 사랑하고 있음을 스스로 느끼고
그걸로 기뻐하는 노덕훈이나, 한재경과 생각보다 금방 가까워지는 노덕훈의 모습도 이해하기 힘들다.

모든게 불만스러워 그런지 영화의 결말도 아쉽다.
어쩌면 세 사람의 관계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사람은 노덕훈 혼자이니까..
(한재경은 노덕훈과 주인아의 관계를 알고도 주인아와 결혼했으므로 제외~)
노덕훈이 이해하고 모든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가장 경제적인 결정인지도 모르겠지만..
또 우리나라의 사회통념상으로는 인정되기 힘든, 세 사람의 관계이니까
외국에서 행복하게 사는 것이 나름대로 가장 현실적인 결정이고 해피엔딩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파격적인 설정, 내용, 관계를 담은 영화의 결말치고는 생각보다 치사하다. ㅎㅎ
도망치는 것 같아서..
노덕훈에게는 그런 결정마저도 파격이겠지만..

그 외에도 다른 분들의 블로그에서 봤었던 부분이기도 한, 주인아의 공평하지 못한 사랑이라든지,
결혼에서의 가족(신랑과 신부의 양가)을 너무 소홀히 다룬 점이라든지,
뭐 여러가지로 조금씩 불만스럽고 유쾌하지 않은 영화였다.

실제로 이런 사람들이 존재한다면 노덕훈은 주인아를 정말 사랑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은 들었다.
-끝-


더하기..
나도 주인아가 노덕훈에게 사랑받는 것 처럼 끝없는 그리고 목적없는 사랑을 받고싶다.
알겠지요?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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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27 10:18 2008/10/27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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